<가족, 사랑하는 법>과 함께한 수업 이야기



1. 우리 가족은 몇 명일까?

  너무 뻔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집에서 함께 사는 식구 수를 생각한다. 한 명씩 다시 그 가족들이 누구누구인지 되물어 보았다. 예상한 답이 나왔다. 일기장에 거의 날마다 초롱이라는 강아지 이야기를 쓰는 아이에게 물었다. 망설였다. “강아지 넣어도 돼요?” 왜 안 되겠니, 네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넣어도 된다고 했더니 강아지를 넣은 수를 말했다. 사실 요즘에는 반려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당연한 질문이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말하는 가족 수가 조금씩 달라졌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식구 수를 어떻게든 늘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전지를 주면서 그럼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그려 보자고 했다. 자주 만나는 친척을 그린 아이도 있고 이웃사촌을 그려 넣은 아이도 있다. 아이들 대답이 가지각색이다.
 
“친척들하고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만나면 재미있어요.”
“우리 엄마가 이웃이 가족보다 낫다 그랬어요.”
“할머니는 후포에 살지만 할머니는 엄마, 아빠보다 저한테 더 잘해 줘요.”
“저는 엄마는 없지만 고모가 옆집에 살아서 엄마처럼 잘 돌봐 줘요.”
 
  친구들의 생각을 듣던 아이가 크게 외쳤다.
 
“그러다가 모든 사람이 다 가족이겠다. 그래도 한집에 살아야지.”
 
  늘기만 하던 가족 수가 그 말에 다시 멈췄다. 그러더니 다시 가족 수를 정리했다. 한집에 사는 식구 수를 말하기도 하고 친척 중에서 사이가 각별한 사람만 넣기도 했다. 한 아이는 가족 수에는 안 넣을 건데 태어났을 때부터 유치원까지 쭉 같이 놀던 친구가 가족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를 가서 가족 같지 않다고 했다. 어떤 아이는 가족 수를 처음에는 부모와 형제를 포함해 4명이라고 했는데 아이들 이야기를 듣더니 태백에 사는 할머니를 포함시켜 5명이라고 했다. 그러다 다시 4명이라고 하길래 할머니를 뺐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엄마를 뺐다고 했다. 엄마를 가족에 포함시키지 않고 싶다 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 외에도 아이들은 큰오빠가 군대에 가서 가족 수가 줄었다, 삼촌이 결혼해서 가족이 생겼다, 아빠가 일 때문에 멀리 갔는데 가족에 포함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가족 수가 자꾸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의 기준을 적어 보자고 했다. ‘서로 사랑하면 가족이다.’ ‘한집에 살면 가족이다.’ ‘나를 존중해 주면 가족이다.’ ‘조상이 같으면 가족이다.’ 등 다양한 기준이 나왔다. 이런 기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부분 아이들이 아기를 낳고, 키우고 같이 살면서 사랑했다면 모두 가족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희들이 살면서 가장 많이 싸운 사람은 누구야?
알고 지낸 사람 모두 통틀어서.”
 
  우리 반 역시 아이들끼리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늘 내 자리에는 이르러 오는 아이들, 자기의 입장을 주장하러 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 짧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싸운 사람은 역시 가족이었다. 선생님도 몇 년 전에는 딸이랑 가장 많이 싸웠고 지금은 남편이랑 가장 많이 싸운다 하면서 왜 그럴까 같이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물건을 같이 쓰기 때문에, 방을 같이 쓰기 때문에, 가장 자주 보니까, 내 말을 안 들어 줘서, 서로 자기 고집만 부려서, 약속을 안 지켜서 등의 까닭을 들었다.
  아이들은 머릿속에 가족과 사랑을 동시에 떠올리지만 현실은 이렇게 가족과 늘 싸움이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가족 간의 싸움은 교과서에서 흔히 말하는 역할 분담 같은 걸로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싸우지 말라는 소리도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조건 가족을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나’의 성장을 배울 때 가장 먼저 탐색해야 하는 것이 ‘나’의 특징을 아는 것이듯 가족도 가족만의 특징을 가장 먼저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책의 앞부분과 함께 사계절출판사에서 만든 간단한 이 책의 소개 영상을 같이 봤다. 이 책에 나오는 친구들이 자기 가족을 음식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가족의 특징을 찾아서 음식으로 한번 그려 보자고 제안했다. 먼저 그릇처럼 넓적하게 종이를 두 겹으로 잘라 앞에는 아무개네 가족과 음식 이름을 쓰고 그릇 안에는 그 음식을 맛있게 그려 보고 왜 이 음식으로 정했는지 글로 써 보기로 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재료의 특징에 가족 개인의 특징을 대응시켰다.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낸다고 떡볶이의 고추장이라고 하고 엄마가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잘 보듬어 주기 때문에 오뎅국의 국 같다고 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선 구이로 그린 아이도 있었고 우리 가족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같이 있기를 좋아해서 도시락 세트라고 그린 아이도 있었다. 소고기를 그린 아이는 엄마는 늘 부드럽기 때문에 부드러운 소고기라고 하고 자기를 소고기 옆 기름장으로 표현했다. 엄마를 너무 좋아하는 이 아이는 소고기와 기름장만 그려 놓았는데 아빠와 동생은 소고기 구이에서 어디에 있을까 물으니 그제야 쌈 채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이 자기는 쌈 싸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아버지와 동생과 사는 아이에게 자기 가족을 대표하는 음식은 ‘3분 요리’였다. 아빠가 밥을 해 주는데 늘 3분 요리를 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생각하더니 우리 가족은 성격이 다 급해서 3분 요리랑 잘 어울린다고도 했다. 아직 2학년이라 책에 나오듯이 섬세하게 음식과 자기의 가족을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말하는 음식과 그 이유만 들어도 그 집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3. 어른들한테 덜 혼나는 방법

  아이들에게 언제 어른들한테 가장 많이 혼나냐 하니까 각자 할 일 안 하고 게임해서, 약속을 안 지켜서, 동생이나 언니하고 싸워서, 동생 잘 안 돌봐서, 언니한테 대들었다고, 장난감 사 달라고 떼써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든 비슷한가 보다. 그때 어떻게 하면 덜 혼날 수 있는지 아느냐니까 자기만의 노하우를 말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게 “그냥 하라는 대로 빨리 사과하는 게 나아요.”였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도 그렇게 하면 억울하지 않느냐니까 “그냥 빨리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잔소리 덜 듣고 빨리 끝나요.”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런 마음으로 사과하는지 모르고 자신들의 잔소리가 먹혔다고 생각하거나 아이들이 그래도 착하네, 하고 생각할 텐데 말이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여섯 가지 방법이 어른들한테 덜 혼나는데 좀 좋은 것 같으니 하나씩 보고 어떤 상황인지 역할극으로 만들어 보자 했다. 모둠끼리 마음에 드는 방법을 하나씩 골라 역할극으로 만드는데 어떤 아이가 나보고 “선생님은 어떻게 할 때 덜 혼내요?” 물어서 “내가 어떨 때 혼내는 것 같아?”라고 하니까 “거짓말 하면 혼내는 것 같아요.” 했다. 그때 늘 말이 없고 목소리가 작은 아이가 “아니야, 입 꾹 다물고 있으면 혼내.” 했다. 잘 우는 지훈이는 “울어도 혼내.” 했다. 한 아이가 “여기 다 있어요.”라고 하며 어른들한테 덜 혼나는 방법을 가리켰다. 괜히 민망해져서 “그러니까 덜 혼나려면 이거 잘 읽어 봐. 너희 부모님들도 선생님 마음과 비슷할 거야.” 했다.
이번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 말고 여러분들이 가족끼리 싸웠을 때 화를 푸는 방법, 화해하는 방법이 뭔지 의논해서 역할극으로 만들어서 발표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발표한 것은 이렇다.
 
· 웃기는 말을 많이 한다.
·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사과한다.
·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쓴다.
· 애들이 싸울 때는 자기들끼리 해결할 때까지 그냥 둔다. 싸우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끼어들면 싸움이 더 커진다.
· 바로 화내면서 잔소리하지 않고 시간을 준다.
· 화가 날 때는 잠깐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덜 싸울 것 같다. 아이들은 훨씬 더 좋은 방법을 많이 찾아냈다.

 
 
4. 우리 가족, 이것만은 지킵시다

  ‘우리 가족, 이럴 때 부끄럽다’라는 그림을 다같이 봤다. 열 가지 정도로 나와 있는 예들을 보더니 아이들이 “우리 엄마도 저래, 우리 아빠도 저래”라고 했다. 그럼 너희들은 어떨 때 정말 우리 가족이 부끄러웠는지 말해 보자 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게 길이나 마트와 같은 바깥에서 동생이 조르거나 울 때였다. 그 외에도 가족이 모두 뚱뚱해서, 똥강아지라고 부를 때, 방귀를 아무 데서나 뀔 때, 바깥에 다 들리게 소리를 크게 지를 때, 시끄럽게 해서 다른 집에서 찾아왔을 때와 같은 것들이 나왔다. 역시 이런 것들도 집집마다 다 비슷했다. 우리가 사는 것이 뭔가 특별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르지 않다.
  그럼 부끄러웠던 것도 알아봤고 무엇 때문에 주로 싸우는지도 알아봤으니까 이번에는 모둠끼리 “우리 가족, 이것만은 지킵시다.” 하고 규칙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지킬 규칙도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항목을 더 많이 정했다. 그것은 결국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것들에 대해서 잘 알겠으니 어른들도 지키자는 뜻이었다. 게임이나 핸드폰을 30분만 하자, 어른도 같이 책을 읽자, 별것 아닌 걸로 때리지 않기, 자기 옷은 자기가 스스로 정리하기, 잘못한 것은 솔직하게 말하기, 욕하지 말기 등 대부분이 그랬다. 흔히 아이들에게 너 잘 되라고 하는 모든 말은 어른에게도 적용되는 것임을 새삼 알아챘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 보니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좀 덜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5. 똑똑똑,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러 갑시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사는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러 가 보자. 이 책에서도 여러 가지 음식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책에 나와 있는 가족을 바탕으로 “엄마와 동생과 사는 율이네 가족 <한부모 가족>” “엄마가 러시아 사람인 가영이네 가족 <다문화 가족>” “부모가 맞벌이인 혜린이네 가족 <맞벌이 가족>” “새엄마와 형제가 생긴 동민이네 가족 <재혼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과 함께 사는 가족 <대가족>” “마음으로 새 가족을 맞이한 철희네 가족 <입양 가족>”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영희네 가족 <조손 가족>”을 적은 쪽지를 주고 뽑기로 선택하여 그 가족이 사는 문을 빨주노초파남보 종이에 그려 보았다. 문을 열면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게 그리는 것이다. 그 가족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 기다리게 했다. 모둠(2인 1조)마다 자기들의 문을 들고 있으면 강아지가 가서 똑똑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혼자 살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저를 유기견이라고 불러요. 같이 살 가족을 찾습니다.” 하면서 찾아갔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모두 자기 집에서 살라고 했다. 다시 묻는다. “가족이 몇 명이나 돼요?” “가족이 많으니까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겠어요.” “가족이 둘밖에 없으면 외롭지 않나요?” “새 가족이 생겼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들은 가족의 형태를 떠올리며 자기 식대로 대답했다. 가족 수가 많아서 돈은 많이 들지만 심심하지 않고 할아버지한테 착한 것을 많이 배운다는 대가족, 단둘이 살아 심심하긴 하지만 할머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마음을 잘 알아주셔서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하는 조손 가족, 다른 점은 많지만 식구가 더 많아져서 신난다는 재혼 가족, 엄마가 러시아 사람이라서 러시아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러시아 친척도 있어서 좋다는 다문화 가족, 엄마 아빠가 둘 다 맞벌이라서 집안일을 나눠서 한다는 맞벌이 가족, 아이들은 다른 가정의 모습을 조금 더 이해한 듯 보였다.
  아이들은 활동마다 “우리 집도 그런데!”라는 말을 신나게 했다. 분명 자랑스럽거나 좋은 일을 말하는 게 아닌데도 신나 했다. 서로 공감하면서 우리 집만 그런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는 건 어렵다. 어쩌면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할 숙제이다. 한 울타리 안에 살지만 서로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정말 쉽지 않다. 가족의 이름이 아이들에게 강제와 구속이 아니라 평화이고 안식처이길 바란다.

 
오은경 (울진 남부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