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

해외 여행을 가면 시야가 넓어지거나 경험이 풍부해지는 등 장점이 너무나 많지만, 사실 현실과 동떨어진 잠깐의 느낌이 좋아서 가기도 한다.
이 책이 그랬다.
판타지 동화는 나에게 여행과도 같아서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불가능한 것들의 세계로 안내했다.

이 여행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불가능한 이야기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캐릭터들의 이름이었다.
대게는 한자어가 들어가서 동물을 예측할 수 있거나, 약간 독특해도 이야기의 흐름상 어색함은 없었다.
하지만 공기처럼 형태는 없지만 말을 하는 ‘어금니’. 그 어금니의 이름이 ‘다감다울’ 이라든지, 혼혈 늑대 인간 ‘고요일’, 좋은 유전자로 선택되어 만들어진 인간 ‘초이월’ 등 이름을 들어서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몇몇의 캐릭터 이름을 읽으며 아직 판타지 동화의 진정한 재미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동화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것을.

두 번째는 판타지 답게 시공간을 가뿐히 넘나드는 장소와 배경이다.
웅덩이를 건너는 것은 시간을 건너는 것이고, 웅덩이 안에는 괴물이 있다.
또한 남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초능력자는 위로와 유혹을 연보라색 물보라에 담기도 한다.
접속자를 기다리는 게임 속 캐릭터 또한 반전의 키를 가지고 있는 장소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판타지 동화 안에서 존재하는 환경오염, 바이러스, 전쟁 등의 존재는 판타지 요소만으로 다가오지 않아 또 다른 긴장감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우리의 질서를 부정당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처럼 진실은 판타지 너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자세들을 캐릭터 안에서 배울 수 있으며 올바른 방향을 찾은 일일 것이다.

“오래전, 시간 여행자 집배원은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 다양한 시간대를 자유롭게 오갔다. 그때는 전하고 싶은 말이 담긴 편지를 주로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집배원이 옮겨서는 안 될 물건을 가져왔고, 그 바람에 세상에 재앙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집배원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 여행자를 원망했다. 언제 또 세상을 망가트릴지 모른다며 시간 여행자를 무섭고 끔찍하게 여겼다.”(p.15_도마뱀 구름의 꼬리가 사라질 때)

‘멀쩡한 나무가 왜 귀신을 변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서난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요일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나무들에 대해 몰랐던 만큼 알아 가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고요일은 두근대는 가슴에 늑대 발로 변한 손을 얹었다. 나무들을 구하고 싶다. 함께 살아가고 싶다.”(p.80_늑대 털이 삐쭉)

; 게임을 좋아해서 <틈새의 클로버> 편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나도 NPC들과 노는 것을 상상해봤는데 좋기도 하고 싫을 것도 같아요.
이 동화책을 읽고 나니 모든 사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