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달, “그렇게 신나게 꼬리를 흔들어 주던 개, 내 유년의 메리”

“책에 나오는 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던 메리예요. 정말 이 책에 나오는 메리처럼 항상 정신없이 꼬리를 탁탁탁 흔들며 저에게 달려들었어요.”
 


평범한 일상 속 빛나는 순간들을 그림책에 담아 전해주는 작가, 안녕달의 새 책 『메리』가 출간되었습니다. 해맑게 꼬리를 흔드는 시골 개와 무심하게 시골말을 뱉는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안녕달 작가를 서면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메리』가 나왔어요. 책이 나오고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요새는 주로 누워 있었어요. 늦게까지 자다가 장보러 잠깐 나갔다 들어와서 밥해 먹고 다시 자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전에 마감이 너무 연달아 있었는데, 메리가 끝나자마자 방전 상태가 된 것 같아요. 당분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사실 해맑은 모습의 메리는 전작들에서도 등장했던 강아지라 낯설지 않아요. 특별히 모델이 된 강아지가 있나요?
저희 할머니가 키우는 개 이름이 메리였어요. 정말 책에서처럼 할머니가 개들한테 항상 메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곤 하셨어요. 이 세상에서 저한테 꼬리를 그렇게 신나게 흔들어 주는 개는 할머니 집 메리들밖에 없어서 저는 할머니 집에 가면 메리한테 제일 먼저 가곤 했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던 메리예요. 정말 이 책에 나오는 메리처럼 낡은 쇠 밥그릇에 밥 먹고, 우리가 지어 준 이상한 집에 살면서 항상 정신없이 꼬리를 탁탁탁 흔들며 저에게 달려들었어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 전작들보다 『메리』는 훨씬 일상과 맞닿아 있어요.
이번에는 시골 개 메리에 관한 이야기예요. 책 속 이야기 중 일부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 꽤 사실적인 면이 있어요. 한국 시골집을 거의 그대로 그려서, 시골집과 마당에서 키운 개에 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곳곳에 숨겨진, 어이없는 디테일이 많이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어요.
 


할머니의 정겨운 사투리가 너무 좋았는데요. 원래 사투리를 쓰시나요?
제가 사투리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에요. 책에 나오는 사투리 입말의 일부는 강아지 메리가 실제로 할머니 집에 처음 왔을 때 할머니가 한 말을 그대로 적었고, 다른 입말은 아빠한테 사투리 번역을 부탁했어요. 실제 할머니가 쓰시는 사투리는 훨씬 색이 짙은데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말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쉽지만 순화했어요.
 
언뜻 보아도 『할머니의 여름휴가』의 할머니와 『메리』의 할머니는 좀 달라요.

『메리』 속 할머니는 농사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낸 생활력 있고 기운찬 할머니예요. 잔소리도 많고 정도 많은 할머니가 혼자가 되고도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담았어요. 메리의 새끼들이 한 마리씩 메리 곁을 떠났듯, 추석날 자식들이 떠난 후 할머니는 수북한 음식상 앞에 혼자 남아요. 하지만 외로움을 조용히 삼키지 않고, 음식이 혼자 먹기엔 너무 많다며 투덜거리듯 외로움을 뱉어내곤 비싼 한우 갈비를 메리와 나눠 먹어요. 할머니 나름의 방식으로 메리를 가족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어요.
 
할머니의 알록달록한 옷 색깔이나 청록색의 대문만 봐도 시골집의 분위기와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겨요. 모든 작품이 다 특유의 색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색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책마다 색을 정하고 작업한다기보다는 책마다 이야기 내용에 맞게 배경이 달라져서 색도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메리는 전형적인 시골집을 그리려고 저희 할머니 집을 보고 그렸어요. 실제 이야기 같아야 해서 시골 할머니도 제가 입히고 싶은 옷을 입히지 않고 할머니들이 뭘 입으시는지 유심히 봤는데 제가 본 시골 할머니들이 옷을 진한 색으로 많이 입으셔서 자연히 책 속 색채가 진해졌어요.

 

작가님 작품은 어른들에게도 반응이 무척 좋은데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구상해 본 적이 있나요?
다음에 나올 책으로 어른 대상 그래픽 노블을 그렸는데 결국은 어린이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독자가 어린이로 바뀌어서 책 속에서 맥주를 맥주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출판사에 보여드린 더미 중에 어른이 주로 볼 만한 그림책도 있는데 내용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진짜 출판을 해주실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이에요?
그냥 서랍에 넣어 놔요. 이 작업이 안 풀리면 넣어 두고 다른 작업을 먼저 하다가 한참 후에 다시 꺼내 봐요. 그래도 안 풀리면 포기해요. 그래서 대부분 더미들을 혼자 오래 들고 있는 편이에요.
 
작업 시간 외에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이를테면 취미 같은 것?
보통 자요. 어릴 때부터 잠을 많이 잤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반백수 생활을 오래 해서 더 잠이 많아진 것 같아요. 잠은 잘수록 늘더라고요. 그것 말고는 장보고 밥해 먹는 거나 오래된 동네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해요.

 

끝으로, 늘 작가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 분들께 한마디.
시골집과 그곳의 개에 관한 이야기, 『메리』가 나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할머니 집 개 메리에 대한 추억과 바람을 담았습니다.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young9 2018-04-16 16:18:19 0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메리 천 인형도 만들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