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제6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예심이 본심 같았다. 응모편수는 적었지만 작품의 수준이 고루 높았고, ‘일단 제외’로 빼놓을 만한 작품이 흔치 않았다. 때문에 일곱 편이나 본심에 오르게 됐다. 본심에서의 압축은 오히려 순조로웠다. 세 작품으로 표가 집중됐다. 김수경의 「망고 공주와 기사 올리버」는 흡인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전개도 훌륭하다.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3인칭 시점으로 세 명의 이야기를 얽는 데도 성공했다. 문장도 흠잡을 데 없다. 문제는 소설의 후반부다. 긴장감 넘치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비밀의 문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소설의 긴장이 풀어지고, 모든 사건이 너무 쉽게 해결된다. 소설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시소의 양쪽에 올려보면, 맥없이 한쪽으로 기울고 말 것이다. 판타지의 세계와 현실의 소재를 유기적으로 뒤섞지 못한 점, 청소년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 몇몇 장면의 묘사가 지나치게 잔인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전아리의 「웃어라, 한번도 울어 보지 않은 것처럼」은 경쾌하다. 밝고, 가볍고, 시니컬하고, 통통, 튄다. 경쾌한 감각과 예민한 소재와 밀어붙이는 배짱이 잘 어우러져 있고,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현실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청소년소설의 존재 이유가 ‘청소년들의 정확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세계는 ‘무엇을’과 ‘어떻게’의 세계가 아니라 ‘왜’의 세계다. 귓가에서 누군가 말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대화, 여고생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섬세한 심리묘사,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 따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의 커다란 흐름 없이 고등학생의 일기장 같은 구성은 몰입을 방해한다. 눈을 마저 그리지 않은 용의 모습이었다. 언젠가 용의 눈을 그릴 수 있는 ‘눈’이 생기는 순간, 작가적 역량이 폭발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문제아인 주인공의 몇몇 사건 사고가 ‘문제’에 그치지 않고 ‘범죄’에 가깝다는 점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이상한 작품이다. 우선 제목이 흥미롭다. 털, 이라니…. 어떤 털을 말하는 것인가, 하고 주위 눈치를 보며 몰래 작품을 읽게 만든다. 난 또, 뭐라고, 머리털을 말하는 거였군, 흥미가 덜해지는 순간, 기구한 머리털 이야기의 재미가 시작된다. 심사위원들은 일단 집중력에 감탄했다. 머리카락 이야기 하나만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 간 작품이 있었던가요? 없었죠! 그러나 집중력뿐이었다면 소설은 ‘머리카락의 문화사’ 같은 논문으로 변질되고 말았을 것이다. 집중력에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평범해 보이지만 독창적인 캐릭터, 은근한 유머가 더해지자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문장 역시 평범해 보이지만 정확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는다. 남자아이들의 이야기를 힘있게 그려낸 것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특별한 재능이라 할 만하다. 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카락 이야기에 온 머리를 집중하다보니 필요 이상으로 머리카락 이야기가 과한 부분이 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이야기의 설득력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의 매력을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열일곱 살의 털」을 이상한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은,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작품인데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문제아도, 장애인도 아니다. 평범한 아이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으며, 대단한 모험을 겪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다. 소설 읽는 맛이 살아 있다. 요즘처럼 버라이어티한 세상에서 이런 장점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새로워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작품, 「열일곱 살의 털」을 대상으로 뽑게 됐다. 심사위원들은 쉽게 마음을 모았다. 여담이지만, 심사위원들은 「열일곱 살의 털」을 대상으로 뽑은 후 한참 동안 각자의 털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누구나 자신의 털 이야기가 하고 싶어질 것이다.

(오정희 박상률 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