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일기 2012 l 나도 언젠가는 멋진 고려청자를 만들고 말거야!! : 문지수

내가 쓰는 역사 일기 대회 2012 / 개인 부문 장려상
서울탑산초등학교 6학년 문지수
 
 
 

1125년 3월 21일

오늘은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우리 부모님은 새벽부터 일어나시고는 닭장에서 닭들이 낳은 달걀들을 짚풀을 엮은 곳에다가 소중히 넣어놓으셨다. 5일장이 서는 날마다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또 물 한바가지를 떠서 항아리 위에다 얹고 천지신령님께 오늘 장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도 뒤에서 몰래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장사가 잘 되는 날이면 엿이나 한과같은 맛있는 거리나 맛있는 반찬을 사오시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 날이면 괜스레 화를 내시거나 그날부터는 그 달걀들이 썩기 전에 다 먹어야하기 때문에 밥상 위에는 달걀반찬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은이와 나의 아침밥을 차려 놓으시고 아침을 드시지도 못한 채 나가셨다. 일찍 나가야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장사가 잘되길!!

 
1125년 4월 2일

오늘은 훈장님께서 편찮으셔서 서당에 가지 못했다. 훈장님이 염려되어 병문안을 갈까, 친구 마루와 돌아다니면서 놀까 고민해보았는데, 그냥 마루와 함께 놀러다니기로 했다.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서서 건넛마을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건넛마을에서는 오늘 5일장이 섰나보다. 길거리에는 ‘비단 사세요!’ ‘시원한 부채 사세요~’ ‘노리개가 아주 예뻐요~ 구경하셔요!’ 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엿장수에게 엿을 조금 사서 마루와 같이 나눠 먹었다. 벌써 거의 끝까지 다 온 것 같은데, 끄트머리 골목에서는 고려청자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반죽을 해서 굽고, 무늬를 새기고, 나에겐 그 하나하나가 모두 빛이 났다. 얼마나 오래 멍하니 서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마루가 나를 툭치며 이젠 가자고 했다. 난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지은이 줄 한과를 조금 사서 집으로 갔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생각해본건데, 나도.. 나도 그렇게 고려청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1125년 4월 28일
그동안 서당과 고려청자 만드는 곳을 번갈아 가며 아예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랬더니 천자문보다는 고려청자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결국.. 훈장님이 내게 질문한 것에 답하지 못했다. 훈장님께서는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냐며 막 화를 내셨다. 그래서 하루에 천자문 12자씩 외우는 숙제를 받았다. 결국 며칠동안은 그곳에 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 속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괜히 훌쩍훌쩍 울었다. 속상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천자문은 외울만큼 외우고 진짜, 나중에 꼭 고려청자 만드는 곳에 갈거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