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비닐봉지가 코끼리를 잡아먹었어요』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행복하려면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와쿤구는 앞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비닐봉지도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자신부터 먼저 꽃씨를 심어야 하니까요.

와쿤구는 동아프리카 케냐산 인근의 마을에 사는 소년이다. 어느 날 무리를 떠난 아기 코끼리가 혼자 마을로 내려오고 코끼리를 따라간 소년은 아기 코끼리의 가족 무리가 모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먹이가 부족해진 코끼리들이 마을로 내려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코끼리들이 먹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주범이었다.
 


『비닐봉지가 코끼리를 잡아먹었어요』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펼쳐놓은 듯 꾸밈없는 그림체의 책이다. 아이들 눈에 비친 환경 변화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그린 것 같다. 이야기는 마음 사람들 모두가 코끼리 무덤에 모여 죽은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는 하는 노래를 부르며 끝난다. 케냐산 마을 사람들은 코끼리떼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 사람들에게 알리고 비닐봉지 사용을 중지하자고 마음을 모은다.

책의 이야기는 실제 케냐에서 이루어진 변화를 다루고 있다. 케냐는 관광 소득이 국민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보니 관광객들의 일회용 비닐 소비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환경 오염이 심해지고 역설적으로 가장 큰 관광자원인 야생동물이 줄어드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케냐는 큰 결단을 내렸다. 2017년 8월부터 썩지 않는 일회용 비닐의 제조와 유통을 금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강력한 법적 제재와 처벌을 받게 됐다. 비슷한 처지의 주변국들도 같은 비닐봉지 사용을 금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 법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경우도 최근 일회용 비닐 무료 배부를 금지하게 됐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비닐 쓰레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케냐에선 비닐봉지가 코끼리를 잡아먹었지만 우리에겐 코끼리가 없으므로 우리 자신이 잡아먹히지 않을까.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들지 않으면 말이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상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