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수집왕





누구나 수집왕이 될 수 있어!
유지현(책방 ‘사춘기’ 대표)
 
어렸을 적 내 방은 항상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책상의 첫 번째 서랍은 나의 보물 상자인 셈이었는데 장난감 액세서리, 시들어 버린 꽃반지, 쪽지, 티켓, 영수증, 편지지, 다 쓴 펜 등 사소하고 쓸모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엔가 엄마가 물건을 모두 버리는 바람에 펑펑 울며 싸웠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그것들이 모두 버려도 되는 것들이었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유의미한 물건들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영화 팸플릿, 캐릭터 피규어, 일회용 컵홀더처럼 여전히 쓸데없는 것들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불치의 ‘수집왕’이었던 것이다.

권재원 작가의 『수집왕』에는 내 모습을 방불케 하는 수집가들이 등장한다. 열두 명의 어린이들은 인형, 만화책, 훈장 같은 물건부터 곤충의 허물, 친구의 죄, 머리카락, 외계인, 탐정 이야기 등 여러 이상한 것들을 수집한다. 이 수집품들은 대체로 쓸모가 없고, 비효용적인 물건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째서 이것들에 관심을 갖고 모으게 되었는지 이유를 들어 보면 점점 이 특별한 ‘수집’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허물을 벗는 기분을 상상하며 모은 곤충들의 허물, 영화로 만들어질 내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 사랑하는 친구들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모은 머리카락, 백년 후에 귀해져서 박물관에 전시될지도 모르는 만화책처럼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무리 큰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마음과 추억에서 비롯된 물건들이다. 이처럼 수집은 사소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점점 마음이 쌓여 가는 행위인 것이다.

인간은 구석기 시대부터 수렵과 채취 같은 수집 활동을 시작했다. 본능적인 충족감을 채운 이후로는 점점 즐거움과 만족감처럼 감정적인 효용이 생겨났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을 존중받는 시대에 도래하여 우리는 무엇이든지 수집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나의 특별한 수집품 중 하나는 고양이 수염이다. 속설에 따르면 고양이 수염은 행운을 불러온다고 한다(실제로 수염을 주운 날에는 좋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수염을 수집하는 이유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함께 사는 고양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상자 안 수두룩하게 쌓여 있는 수염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 사소한 일부들 하나하나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과 시간처럼 느껴져서다.

『수집왕』은 엄청나게 새롭거나 귀한 수집품을 보여 준다거나 ‘수집왕’이 되는 특별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다. 물건의 쓰임새나 효용 가치를 높이는 교훈도 전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과 시간을 쏟을 만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한 기록이다. 쓸모는 없겠지만 단순하게 수집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게 될 수집품은 뭘까요?”

책의 마지막 부분은 독자를 향한 페이지로 남겨져 있다. 나의 수집품을 소개하는 시간, 지금의 나는 어떤 것에 마음이 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한때는 아주 사소하고 무용한 일에 마음을 쏟았던 ‘수집왕’이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