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아』 릴레이 인터뷰 2 | 연여름, 김두경 작가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 수상 작가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 연여름 「나의 메신저 버씨」 김두경
 


Q.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 속 가상현실 학교 ‘소나’에 다니는 중학생이었다면, 무엇이 가장 즐겁고 무엇이 가장 어려웠을까요?

 
소나 시스템에서는 현재의 실제 겉모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가장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 무엇을 어떻게 입을지, 머리를 어떻게 할지 등등 생각하고 실행하는 데도 제법 품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로그인만 제때 한다면 세수 안 하고 머리가 뻗친 채로도……. 당당하게 등교할 수 있다는 점은 단연 최고 아닐까요.
가장 어려운 점은 그래도 ‘어딘가를 오가는 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등굣길 하굣길이 없다는 거요. 저는 학교 가는 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친구와 수다 떨기를 좋아해서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기도 했거든요.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은 소나 시스템의 치명적인 약점 같아요.


 
Q. 지금은 세상에 없는 존재를 가상현실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만나고 싶은 존재가 있나요? 


부산 할머니요. 십 대 시절까지 방학 때만 일 년에 두 번 내려가 만났을 뿐이지만, 할머니가 저를 좋아하고 아껴 주셨던 그 마음과 일상들이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신기할 정도로 줄곧 남아 있어요. 왠지 제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많아질수록 더 자주 생각이 납니다. ‘나의 할머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 삶이 어떠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도 종종 떠오르고요.
제가 아직 어렸을 때 할머니는 나의 할머니라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으니 굳이 물어야 할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좀 더 자라서 할머니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졌을 때는 정작 많은 걸 잊으신 상태였거든요. 그 시차가 무척 아쉬워요.
또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의 올리브처럼 제가 그 음악을 알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난 몇몇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Q.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과 그 이유는?


“첫눈이 내리는 날 너를 만나러 갈게. 멀리서도 알 수 있을 거야. 세상이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입김은 따스하게 더 선명한 법이니까.”
 
소설 속 가수인 올리브의 노래 가사로 쓴 문장이에요. 지금처럼 차디찬 계절, 멀리서도 입김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너무나 든든할 것 같아요.

 


 
Q. 「나의 메신저 버씨」처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줄 메신저가 생긴다면, 그 메신저에게는 어떤 이름을 주고 싶은가요? 


‘몽’이요. 제 첫 그림책의 주인공인 몽글몽과 처음 습작한 장편 동화의 주인공인 몽돌이에게 공통으로 들어 있는 글자가 ‘몽’이거든요. 늘 꿈을 좇느라 ‘몽’에 끌리나 봐요. 입을 오므리게 되는 어감도 귀엽지 않나요?

 

Q. 버씨와 주인공이 재회하게 되는 공간을 코스모스밭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필연적이었어요. 산책을 하다 모티브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을 쓸 때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강변을 거닐었는데 이 꽃이 어떻게 우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마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하겠다고 책을 주문해 둔 터라 꽃과 우주의 연관 관계를 떠올렸을지도 몰라요. 거기다 코스모스를 가득 심은 어느 폐교가 관광 명소가 되었다는 뉴스까지 본 거죠. SF에서는 자연적인 공간이 더욱 귀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에 재회의 공간으로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Q. 「나의 메신저 버씨」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과 그 이유는?



“하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버씨는 귀를 기울이지만.”
 
누구나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 말을 하고픈 욕구가 앞서기 마련이죠. 그런 내 말에, 그것도 언제든 무슨 말에든 귀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 순간 주인공 이레는 알고 있었을 거예요. 버씨와 이미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요. 나는 과연 귀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인지 한번 되짚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