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경모 : 김연주

제4회 독서감상문 대회 어린이부 우수상
김연주
 

 
경모는 참 바보다. 예쁜 빨간 기와집을 놔 두고 아파트만 부러워하니까. 나는 경모처럼 빨간 기와집이 부럽다. 나는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우리 집도 아파트, 친할머니 댁도 아파트, 외할머니 댁도 아파트다. 그리고 이모, 고모까지도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경모는 아파트의 겉모습만 보고 부러워하는데 실제로 살아 봤다면 나처럼 부러워하지 않을 거다. 우리 집에서는 항상 살금살금 다녀야 한다. 조금이라도 쿵쾅거리면 아래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인터폰으로,

“애들이 시끄러워 공부를 못 한대요. 좀 조용히 해 주세요.”

라고 하신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아주 좋으신 분 같은데 내가 거실에서 뛰면 꼭 마귀할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가 많이 내리자 경모의 방에 빗물이 뚝뚝 떨어져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경모를 생각하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 태풍 매미 때 우리 아파트는 많은 비 때문에 차도 떠내려가고 사람도 많이 다쳤다. 그때 나를 지켜 주는 우리 집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된 것처럼 경모도 빨간 기와지붕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이제 빨간 기와집 안에서 경모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나는 것 같다.
 
경모에게
경모야! 나는 마산에 사는 연주라고 해. 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내 짝지가 생각났어. 내 짝지 집이 너의 집과 비슷했어. 내 짝지 방으로 들어가는 길은 좁고 어두워서 꼭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어. 아마 내 짝지가 경모 너와 같은 기분이라 생각하니 내가 너무 부끄러워. 너랑은 멀리 있어 친하게 못 지내지만 대신 내 짝지와는 친하게 지낼게. 앞으로 짝지 집에 자주 놀러 가 외롭지 않게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씩씩하게 지내. 안녕.
 
연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