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 꼭꼭 숨어라, 예쁜 보물 보인다

무엇이 무엇이 숨었을까~

나뭇잎, 돌, 열매, 곤충, 꽃…… 예쁜 보물 숨어있네.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 의 빨간 신발 아이가 찾은 예쁜 보물을 잃어버렸습니다. 아이는 풀숲에서 보물을 찾는데요.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장소들을 잘도 다닙니다. 그곳엔 민들레가 피어있고 히아신스 향기가 가득합니다. 수목원 숲길을 거닐고 흐드러진 장미 정원에도 놀러갑니다. 맑은 물 개울가를 지나 낙엽 수북한 도토리나무 숲에도 들릅니다.

아이가 찾는 보물은 아주 특별합니다. 나뭇잎, 돌, 열매, 곤충, 꽃 때로는 작은 짐승과 물고기까지 있습니다. 아이는 '분홍 구슬 팔찌, 유리구슬과 작은 장난감, 조그마한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는데요. 풀숲에 갈 때마다 이 조그만 것들을 잃어버립니다. 아이는 숲속 보물과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으러 가자고 말합니다. 빨간 신발의 아이가 고사리같은 작은 손을 내밀며 하는 말입니다.

함께 찾으러 나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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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뒤를 따라 풀숲을 헤맵니다. 봄볕에 어린 풀들이 올라오는 풀숲에서는 달팽이 집을 찾습니다. 히아신스 꽃밭에서는 네발나비와 벌 그리고 청개구리를 찾고요. 수목원 숲길에는 다람쥐가 숨어 있습니다. 장미가 가득 피어난 덩굴에는 꽃무지, 벼메뚜기, 쌍살벌, 풍뎅이를 찾아야 합니다. 토끼풀숲에서는 나방 애벌레와 벌, 개미들을 일별하고뜨거운 여름 개울가에서는 다슬기, 모래무지, 소금쟁이와 송사리를 따라가 봅니다. 낙엽 속에서도 쌓인 눈 속에도 보물이 있습니다.

얼핏 숨은 그림 찾기 책인 줄 알았던 책입니다. 풀밭에 숨어 있는 숨은 그림을 찾는 책 말입니다. 이런 책의 경우 풀밭에서 찾는 숨은 그림은 장소와 아무 상관이 없죠. 망치, 바늘, 고깔모자 등이 숨어 있게 마련입니다. 박신영 저자가 쓰고 그린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는 그런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책의 그림들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내려다본 풀숲 세상이었습니다.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대경을 들이댄 것과도 다른 딱 아이의 눈높이로 보는 자연을 세밀화로 그려냈습니다. 자연의 구성물은 다채롭습니다. 낙옆쌓인 도토리숲에는 도토리 나무만 있지 않습니다. 같은 낙옆도 올해 떨어진 것과 작년, 그 이전에 떨어진 것이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말라버린 죽은 곤충들도 있습니다. 책은 계절에 따라 풀숲바닥에서 어떤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찾는 보물들은 정말 꼭꼭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꼬리털 한 줌만 보입니다. 자연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곤충과 식물들을 일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자세할 수 있을까 싶은 자연 세밀화를 살펴보고 또 살펴보게 됐습니다. 생김새를 알지 못하는 것이 보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이름들입니다. 꽃무지, 벼메뚜기, 쌍살벌, 환삼덩굴 열매 꼬투리 등. 어떤 모양인지 알지 못하면 찾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친절하게 책 뒷부분에 내용에 등장하는 식물과 곤충의 세밀화를 붙여놓았습니다. 흑백으로 그려진 자연 속 보물의 전체 모습을 눈에 익힌 뒤 다시 보물 찾기에 나서면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자세하게 그릴 수 있는 걸까요. 얼마나 관찰하면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걸까요. 작가가 담아낸 자연은 사진보다 더 선명합니다. 얼핏 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자연의 보물들을 잘도 숨겼습니다. 책에서 본 자연의 보물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집 문밖을 나가 자연이 있는 곳 어디라도 나선다면 또 발밑 자연의 생김생김을 자세히 관찰한다면 찾을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는 미션을 완료하듯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책은 아닙니다. '다 찾았다!'를 외치고 덮어버릴 책은 아니라는 거죠. 힌트 없이 다 찾기도 어렵고요. 차근히 한 장 한 장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며 보는 책입니다. 한 면에 가득 차 있는 한 계절의 풍경을 감상하고 그 안에 있는 자연의 선과 면과 색깔을 맛보아야 합니다. 숨어 있는 보물들은 덤으로 찾는 거고요.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시리즈지만 아이와 함께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가 숨은 보물을 찾는 동안 담백한 자연을 그린 세밀화를 감상할 마음의 준비만 한다면 말입니다.

아이: 숨은 그림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그림은 정말 예뻐요.